딜레마 (당산역에 있던 시)
사흘 동안 겨울비는 장맛비처럼 내리는데
한 사람을 잊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가슴은 젖지를 않는다.
그 사람의 얼굴을 세월의 모서리마다 꽃으로 피어나고 또 지고
그 사람의 목소리는 밤새 울어대는 바람소리로 창가에 있다.
그 사람은 엘리베이터 속에서 갑자기 손을 내어 밀고,
그 사람은 혼잡한 지하철 속에서 느닷없이 옷자락을 부여잡는다
그 사람은 도대체 죽지를 않는다
이러다가, 이러다가는, 한 사람을 잊는데 여생이 다 할 것만 같다
'딜레마'란..
2개 선택지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때
A를 선택할 경우 무언가가 안좋아지고
B를 선택할 경우엔 다른 무언가가 안좋아져
마치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과 같은 선택의 순간을 말한다
그 사람을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 상황을 딜레마라고 표현한 것일까?
마지막 글귀가 참 쓸쓸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글귀다
'이러다가, 이러다가는 한 사람을 잊는데 여생이 다 할 것만 같다'
2호선 당산역에서 지하철을 종종 타던 날들이 있었다
그러다 접하게 된 시인데
내용이 너무 가슴이 아파 그 뒤로 외워서 간직하고 있다
시가 너무 좋아 김인권 시인의 책도 사서 읽었는데
요즘 읽고 싶어 찾아보니 어디에 뒀는지 보이지가 않는다
다음번에도 좋은 시나 지하철에서 발견한 좋은 명시가 있다면 소개해보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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