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도 순정이 있다/시(詩)

황진이 시조의 절정 ~ 동짓달 기나긴 밤을 ~ <팜므파탈? 외로운 여인?>

_수_ 2020. 11. 17.

~ 동짓달 기나긴 밤을 ~

황진이


- 원문 -


동지(冬至)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,


춘풍(春風)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,


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.


- 한글 - 


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


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


얼온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



- 시의 해석 -


동지(冬至)란 1년중 해가 가장 짧고, 밤이 가장 긴 절기이다


그 긴긴 외로운 밤을 한 허리(한 가운데를) 베어내어

봄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

사랑하는 님이 오시거든 그때 그 접어두었던 밤을 굽이굽이 펴리라


님을 향한 그리움과 긴긴밤의 외로움을 표현한, 황진이.


'서리서리'란 국수나 짚등을 꼬아 서로 꼬이지 않게 둥글게 포개어 놓은 모양으로, 그 밤 허리를 베어내어 서리서리 고이 접어두었다가

'얼온님'은 정을 통한 님으로, 사랑하는 님이 오시면 굽이굽이 펼쳐 함께 긴긴밤을 보내고 싶다는 표현이다.


님과 함께하는 그 밤은 항상 짧아 동지의 긴긴 외로운 밤의 허리를 잘라 님과 함께하는 그 밤에 덧대어 사용하고 싶다는, 귀여우면서도 적극적인 시적표현이다.


동지 밤을 베어내어 님이 오실때 펼친다는 표현이.. 정말 너무 멋지고 놀랍다

또 그 표현을 한 허리 베어내어 서리서리 넣어두었다 굽이굽이 펼친다니..

말의 리듬감과 표현력까지.. 정말 사람들이 왜 황진이 황진이 하는지 알 수 있는 시인 것 같다


- 황진이에 대하여 -


이 시가 어떤 경위로 지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.. 황진이의 생애를 돌이켜 봤을 때, 저 시가 그냥 아름답기만한 것 같지는 않다

기생이라는 신분으로 많은 남자들과 만나 연애하고,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남자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 이 남자 저 남자의 곁을 떠돌다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맡이한 것 같아 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시가.. 한편으로는 무척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진다


지용(知容)이 뛰어난 여성이었지만.. 한 편으로는 많이 외로운 사람이지 않았을까? 하는 생각이 든다


많은 글들에서 그녀가 사대부를 조롱하는 팜므파탈적인 여성으로 나오지만.. 그녀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..

팜므파탈이 아닌.. 기구하고 외로운 삶이었던 것 같다.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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