~ 동짓달 기나긴 밤을 ~
황진이
- 원문 -
동지(冬至)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,
춘풍(春風)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,
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.
- 한글 -
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
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
얼온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
- 시의 해석 -
동지(冬至)란 1년중 해가 가장 짧고, 밤이 가장 긴 절기이다
그 긴긴 외로운 밤을 한 허리(한 가운데를) 베어내어
봄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
사랑하는 님이 오시거든 그때 그 접어두었던 밤을 굽이굽이 펴리라
님을 향한 그리움과 긴긴밤의 외로움을 표현한, 황진이.
'서리서리'란 국수나 짚등을 꼬아 서로 꼬이지 않게 둥글게 포개어 놓은 모양으로, 그 밤 허리를 베어내어 서리서리 고이 접어두었다가
'얼온님'은 정을 통한 님으로, 사랑하는 님이 오시면 굽이굽이 펼쳐 함께 긴긴밤을 보내고 싶다는 표현이다.
님과 함께하는 그 밤은 항상 짧아 동지의 긴긴 외로운 밤의 허리를 잘라 님과 함께하는 그 밤에 덧대어 사용하고 싶다는, 귀여우면서도 적극적인 시적표현이다.
동지 밤을 베어내어 님이 오실때 펼친다는 표현이.. 정말 너무 멋지고 놀랍다
또 그 표현을 한 허리 베어내어 서리서리 넣어두었다 굽이굽이 펼친다니..
말의 리듬감과 표현력까지.. 정말 사람들이 왜 황진이 황진이 하는지 알 수 있는 시인 것 같다
- 황진이에 대하여 -
이 시가 어떤 경위로 지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.. 황진이의 생애를 돌이켜 봤을 때, 저 시가 그냥 아름답기만한 것 같지는 않다
기생이라는 신분으로 많은 남자들과 만나 연애하고,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남자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이 남자 저 남자의 곁을 떠돌다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맡이한 것 같아 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시가.. 한편으로는 무척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진다
지용(知容)이 뛰어난 여성이었지만.. 한 편으로는 많이 외로운 사람이지 않았을까? 하는 생각이 든다
많은 글들에서 그녀가 사대부를 조롱하는 팜므파탈적인 여성으로 나오지만.. 그녀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..
팜므파탈이 아닌.. 기구하고 외로운 삶이었던 것 같다.
'나도 순정이 있다 > 시(詩)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인간극장 새미를 위한 시 (문인수 시인 - 엄마의 안경) (0) | 2021.07.07 |
---|---|
내리면 탈까요? - 김하현 (지하철 좋은 시) (0) | 2021.04.18 |
흉노에게 잡혀간 중국 4대 미녀 왕소군의 시 - 춘래불사춘(봄이와도 봄 같지 않구나) (0) | 2020.09.08 |
도종환 시 - 산맥과 파도 <명시 추천> (안치환 노래와 가사 그리고 비교) (0) | 2020.08.31 |
정호승 - 수선화에게 <외로우니까 사람이다> 명시 추천 (0) | 2020.08.31 |
댓글